반갑지 않은 가을비...

2006. 10. 26. 22:22Canon/Eos300D & 30D

오후의 따뜻한 가을햇살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오래지 않은 옛날 -

 

지금처럼 농촌 들녁은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느라 무척이나 분주할 때의 주말 오후였었습니다. 전날 금요일까지 맑던 하늘이 토요일 오후부터서 먹구름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저녁무렵 달갑지 않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몇해 되지 않던 그 당시 홀로 농사를 지어시던 어머니는 막내 아들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아들이 내려오는날 맞춰서 벼타작을 하실려고 쉼없이 준비하셨을텐데...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조금의 단비가 필요는 했지만,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하필 그 많은 날 중에 택한 날이 그날였었다니.. 

 

모처럼 사회친구들과의 단풍구경(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항상 농번기와 맞물리더군요)을 취소하고 고향으로 달려왔건만, 어둠이 내리면서 원하지도 않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내일 일을 마무리 짓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하는데..

 

내리는 빗속을 헤치며 깜깜한 논으로 달려가 이미 반쯤 젖은 볏단들을 바닥에 나무토막을 깔고, 비닐을 덮어씌우고, 그 위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습니다.

 

추적추적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가르며, 내리는 비속에서도 온몸에서 땀이 날 정도로 재빠르게, 숨을 헐떡거리며..

 

 

 

 

다음날 일요일 아침까지 내린 비로 인해

정작 도와 주려고 했던 그 마음도, 일주일동안 준비하신 당신의 그 노고가 헛수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을 도와 주지도 못하고 일요일 오후 비가 개이자 어제밤에 쌓았던 볏단들을 논 이곳 저곳으로 잘 마를 수 있도록 흩어놓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야 했었던 그 날...  

 

 

오늘 오후 잠시 내리는 가을 빗줄기속에 십수년전의 그 상황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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