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치듯 지나가던 서늘함이 이제는 옷깃을 여미게 만들고, 나뭇잎 끝자락부터 물들기 시작한 붉은빛은 어느새 온 산과 들을 묵직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가을은 이미 충분히 깊어지고 있습니다.
계절이 깊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마당 한구석에 쌓이는 낙엽의 무게만큼, 스치는 바람에 실려 오는 풀비린내 대신 짙어진 흙냄새만큼, 우리 마음속의 감정들도 한 뼘 더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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