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속천항부두에서 고양이와 친해진 사연

2012. 8. 20. 08:00Canon/5Dmark_twO

 

 

 

 

 

 

 

하늘에 잔뜩 깔린 먹구름으로 인함인지 지금 기분이 몹씨 언짢은 상태다.

오늘 하루도 왼종일 더위에 지쳐간다. 잠시 더위를 식혀줄 바람을 찾아 선박의 높은곳으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려 하는데.

알지도 못하는 한 낯선 사람이 다가와선 카메라를 내쪽으로 들이대고 있다.

난 취재 허락동의서 라던가, 초상권침해에 관한 규정사항을 말하고 싶었고 뭐 그런 증빙서류를 준비해 왔다면 보여줘라 말하고 있다. 

 

"...그런것은 없고, 너를 만나러 온것도 아니지만 단지 쓸쓸해 보이는 너의 표정이 맘에 들어서 내 카메라에 한번 담고 싶어서 왔다아이가?...가능하다면 이쪽으로 잠시 건너와 줄수 없냐?"라고 답하며 자꾸만 취재에 응해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어찌할까?

귀찮기도 하지만 달리 할 일도 없고 조금전까지 낮잠도 넉넉히 자뒀으니 한번 응해줘도 그리 부다스럼지는 않지만..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었다. 

여자 친구에게는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라고 말한뒤 한 발짝씩 저 쪽의 사진기를 든 사람에게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믿으면 큰일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일단 경계를 하면서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을 머리속에 되뇌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뒤 따르는 여친에겐 좀더 당당하고 의젓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상대가 낯선 사람인지라 쉽지가 않다.

어깨를 쭉 핀 모양새로 어깨에 힘을 넣고 최대한 늠름하게 걸어가야 하는데 솔직히 부담스러웠는지 나도 모르게 약간은 주눅이 든 상태다.

가까스로 최대한 널판지의 가장자리를 택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다 건너고 난후 건너편의 여친에게 용기백배한 큰 소리로 

 

"어서와라 ... 괜찮아 ...빨리 건너와 봐... 이 사람 좋아 보여, 인상은 괜찮아 보여"

 

 

 

 

 

 

 

 

 

 

그러나 나의 여친은 카메라를 든 낯선 사람에게 겁에 질린 모습이 역력했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동에 움찔해하며 뒤로 물러나는것 같아 보인다.

사실 나도 여친처럼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똑같은 경계심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남자니까! 내색하지 않으려했고, 가식적인 용맹스러움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위장하려했다.

 

 

 

 

 

 

 

 

 

 

여친에게 사진찍어 준다고 하며 한번 자신있게 서봐라고 말을 건낸다. 

다소 두려운 표정, 얼어붙은 미소를 지으는 여친의 모습이 가엾다. 속으로 떨리는 모습이 몸전체로 흘러나고 있다.

그러다 살며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하는 나의 여친.

과연 다소곳하고 몸매 하나는 언제 봐도 좋으네. 정말 내가 잘한 일중에 하나는 내 친구들과 사람들 또한 모두 부러워하는 여친을 사귀고 있다는 것이다.

  

 

 

 

 

 

 

 

 

 

어깨를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거봐 괜찮은 사람 맞잖아? 잘했어. 표정만 조금 더 자연스럽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이윽고 여친은 나의 위로와 한 사람의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촬영료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더위에, 이정도의 모델을 섭외할려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함은 당연한 권리라 여겼지만

촬영자는 전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잠시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난 등 뒤로 여친을 숨겨두고 여유를 가질 시간을 준다.

 

 

 

 

 

 

 

 

 

 

그사이 또 다른 무리의 행인들이 우루루 다가온다. 아마도 이곳으로 낚시를 하러 온 모양새 같다.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여친이 옆에 있기에, 그리고 나는 남자이기에

나의 위엄있고, 최대한 겁에 질려 기절할 수 있을 정도의 포악함을 얼굴에 깔고 우렁차게 야~옹!이라고 소리 질렀다.

하 신기하게도 나의 용맹스런 소리에 움찔 물러서더니 이내 그들은 갈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물러선다. 

 

 

 

 

 

 

 

 

 

 

 

 

그래도 내 앞의 사진기를 든 사람은 지나는 행인과는 뭔가 다른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이윽고 맘이 놓인 나의 여친은 카메라 셔터음이 날때마다 각기 다른 포즈로 응하는 여유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야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함부로 배를 다 보여주다니...." 나도 모르게 혀를 차는 소리를 속으로 앓고 있었다.

 

 

 

 

 

 

 

 

 

 

 

"그래 좋아 그렇게하는거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그리고 멋있는 네 평소의 모습을 보여줘면 돼"

이때 카메라를 든 사람의 셔터음은 이전보다 더욱 빨리 눌러지고 있었다.  잠시동안였지만 한 낯선 인간과의 사진촬영놀이가 사람과의 교감을 더욱 확대시킨것 같다.

 

 

 

 

 

 

 

 

 

아함 또 졸립네

역시 잠이란 것은 자도 자도 끝이 없어

이제 여친과의 사진촬영 놀이도 일단락되었으니 이제 느긋하게 좀 더 잠을 청해야 겠다.

그러면 다시 어둠이 찾아오겠지

그때 까지만이라도 ..

 

하기사 여친 모델 코치에다 사람의 언어를 여친에게 통역하랴, ... 좀 바쁘게 내가 행동했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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