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2008. 10. 4. 22:01Canon/Eos300D & 30D

 


 


쩍쩍 달라붙는 입천장에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해소 시켜본다.

한겨울에도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물을 좋아하는 나 이지만, 남덕유산 정상으로 가면서 찬기운때문에 배낭속 물은 자동냉장 되어져 있었다. 이제껏 이렇듯 시원함을 맛보지 못했는데 오늘 그 맛을 느껴본다.

온세상을 둘러싼것은 어둠이고, 높다란 나무사이로 간신히 내다뵈는 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내 모습은 땀에 절인 모습 그대로, 피로에 찌든 모습그대로 였지만, 운해덮힌 남덕유산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모든것은 다 참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한달전(추석일주일전)에도 그 모습이 보고 싶어 나홀로 다녀왔었고 개천절 하루전(2일) 기상예보를 확인해 보니 내일(개천절)아침은 맑겠으나 짙은 안개에 조심하라는 그 문구가 나를 다시금 남덕유산행에 나서게 했다.

 

"짙은 안개"를 조심하라는 유혹....

 

꼭 한번은 운해에 덮인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밤10시에 집을 나서게 하였고, 영각사 절앞의 간이 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 조금 넘었었다. 바로 출발하기에 너무 일찍은것 같아 핸드폰 알람을 새벽3시로 맞춰놓고 잠을 청했다. 행여 다른 일행이라도 와주길 간절히 정말 간절히도 바랬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공동묘지 같은 분위기의 그 장소에서 오직 나 홀로 불을 꺼고 잠시나마 잠을 청했다.

3시에 벌떡 일어나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세상사람 아무도 없는 깜깜한 산속을 오직 나홀로... 만약에 강심장을 훈련키 위해 남덕유산 정상에 현금 일백만원을 정상의 푯말석위에 얹혀 놓았으니 새벽 3시에 홀로 출발해서 2시간 내에 도착하여 가져라고 한다면 과연 몇사람이나 시도할까? 나 자신도 그렇게할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사는 아파트 근처의 작은 산도 그렇게 감히 새벽3시에 올라라 하면 주저할 나인데,  그 운해의 모습이 그리워 나는 발길을 옮겨 놓고 있었다.  

홀로 가는 두번째 야간산행여서인지 작은불빛만으로도 제법 익숙해진 길였지만, 두려움과 공포감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채 였다.

 

행여 작은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멈춰서서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랜턴을 황급히 비춰 보기도 했었고, 가만히 멈춰 물 한모금 마시기도 공포심때문에 오래 서 있기가 힘들었다. 오직 앞만 보며 한 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움직였다.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인해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한순간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뒤 돌아내려간다면 지금 올라가는 길 보다 더 공포감속으로 떨어져 마구 달려내려갈 것이고 , 분명 올라가는 길보다 힘이 들것이라는 생각에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내 자신도 신기할 정도로 깊은 산속을 홀로 올라왔었는데. 기상예보를 믿고 150Km를 달려서 온 나를 남덕유산은 배반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그런 기회를 아직 보여줄 단계가 아니라 말인가요? 아직 몇번을 더 시도해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요?

 

 

 

 

 

 

 

 

  

 

 

 

 멀리 향적봉이 보이세요?

 

 

 

 

 

조금 피어오르다 그만 멈춰버린 아쉬운 운해.....
아직 몇 번을 더 시도해야 그 완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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