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2006. 6. 28. 21:55Canon/Eos300D & 30D

지나간 봄날은 아름다웠다.

 

 


예쁘고 향기롭던 꽃들은 쉬이 지고 말아 봄은 항상 짧기만 하고

이제 강은 꽃향기에 취해 황홀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여름을 실어오고 있었다.  

그때 밥풀데기 같은 꽃들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모양이 꽃이지, 깡마른 몸통에 키만 멀쑥하게 자라

고백하건데 나는 늘 보면서도 꽃을 꽃으로 보아주지 않았다.

누가 무어라 생각하건 상관없이...

강변은 한 순간에 개망초의 영토가 되었다.

어느 아침 나는 꽃에 눈 뜨게 되었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개망초의 소박함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무엇하고도 잘 어울리는 개망초의 너그러움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여름 한 볕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바람에도 오히려 더욱 풋풋해지는 사랑을

잘난 꽃들이 모두 없어지기 전까지는 내가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삶이 그렇게 메말라 있었나 보다.

 

 

 

개살구, 개똥참외, 개꿈...

 

개자를 넣어 불리는 것치고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없는데
왜 꽃에까지 개자를 붙이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저를 개망초라고 부르는 줄이나 아는지 모르는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하얗게 웃고만 있다.
 

신영길님의 길따라 글따라 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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