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2005. 7. 12. 21:59카테고리 없음


 

 


 

수국

 

꽃색이 칠면조처럼 환경에 따라 변하는 꽃이 있다.  

일명 칠변화라고도 하는 수국(水菊)이다. 처음에는 희다가 분홍색 또는 붉은색으로 되기도 하고, 하늘색·청색으로도 된다. 이렇게 꽃잎의 변화가 심한 이유는 토양의 산도 때문이다. 토양이 중성이면 흰색이지만,  산성이면 청색으로,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꽃 주위에 명반(백반)을 묻어두고 물을 주면 흰색이던 꽃색이 청색으로 변하고, 또 잿물이나 석고가루를  뿌리고 물을 주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꽃말도 색상에 따라 다르다.  백색은 절개없는 여인과 같다하여  '변하기 쉬운마음'이며, 하늘색은 '냉담', 분홍색은 '소녀의 꿈'이다. 흰색의 수국을 마음 변한 애인에게 주어 항의의 마음을 전달해보면 어떨까?

5월∼8월 장마철에 산뜻한  꽃을 피운다. 수국은 여름 특히 장마철 꽃이다.  축축한 땅에서 잘 자라며, 물을 적게주거나 공중습도가 낮으면 잎이 금방 늘어진다. 물(Hydro)과  용기(angeion)의 함성어인 학명(Hydrangea)에서 알 수 있듯이 수분흡수와  증산이 매우 활발한 꽃이기 때문이다. 또 장마철에  피는 꽃이므로 직사광선을 싫어한다.  그래서 큰 나무 아래 같은 반그늘에  심으면 잘 자란다. 기분이  가라앉은 장마철 정원 어느 구석에 핀 수국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산뜻하고 또 차분한 것이 옛날 중국에서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수국을 가리켜 '자양화(紫陽花)' 즉 보라빛 태양의 꽃이라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음력 6월 1일에는 수국을 꺽어 집에다 걸어 잡귀를 쫒기도 했다는데, 그 때쯤이면 장마철로 집안에 이 꽃을 걸어두면 보는 이의 마음도 한결 즐거웠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수국은 특히 말린 꽃으로 애용된다. 보통은 잘라서 말리지만, 습도나 온도가 맞으면 뿌리채 마르기도 한다.  마루 아래의 물결치는  바다가 유명하다는 강원도 낙산 홍련암에서, 큰 바위 앞에 몇 개의 수국들이 선채 갈색으로 말라있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다. 바닷가의 높은 공중습도때문인지 형태가 그대로인 채 였다. 그러나 수국은 보통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잘라서 말린다. 그러면 색상은 갈색으로 변하지만 꽃잎형태는  그대로 유지된다. 수국을  말릴 때 주의할 점은 세워서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꽃의 둥근 공모양이  눌리지 않도록 세워서, 또 물에 꽂은 채 서서히 말려야 한다.  말리는 과정이나 마른 후에도 주변이 너무 건조하면 비틀어진다. 수국을 세워 말리는  반면 보통 장미나 스타티스 같은 꽃은 거꾸로 매달아 말린다. 세워 말리면 목이 꺽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건조법외에도 요즘은 실리카겔이나 냉동건조기계를 이용해 형태와  색상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인공건조법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말린 꽃은 수명이 어느 정도  일까? 조화처럼 수명이 영원한  것이 아니다. 말린 꽃을  오래 보려면 밀폐되지 않은 곳에 두고 간혹 스프레이를 해 주는 것이 좋다. 말린 꽃은 보기도 하지만 차로 끓여 마시면 해열효과가 있기도 하다.

수국의 번식은 포기나누기나 꺽꽂이로 하는데,  2월∼3월이나 6월∼8월에 해주면 된다. 또 8월경에는 비료를 한차례주는 것이 좋다. 가을에 잎이 진 뒤 삐쭉한 나뭇가지만 남게 되면 추운 곳에 두어야 한다. 수국은 온대원산의 낙엽꽃나무이기 때문에 겨울철 저온처리를 받아야 이듬해 꽃이 피기 때문이다.